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직도 그날은 잊을 수가 없었다. 절대로 피하고 싶었던 상황을 눈 앞에서 확인하고 절망하고 그리고 다짐했다.
프리미아력 4293년
분사세계 noD41BF 심도 205 편차 0.05
그곳애서 나는–

 

 

 


' ...새로운 분사세계가 감지되었습니다. 좌표 확인 후 진입해주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랜만의 휴무에 잠에 깊이 들락할 즈음에 받아 그런지 유리우스는 기분이 몹시나빴다.
그런 유리우스가 어땠든지 간에 크란스피아 사 비서 직원은 용무만 간단히 마친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유리우스는 머리를 비비적 거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시, 오랜만의 늦잠인가. 해는 벌써 중천에 떴고 밖은 노는 아이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입고있던 잠옷을 갈이입고 거실로 나왔다. 최소한의 가구를 둔 삭막한 배경속에 흰 식탁 위에는 언제 만들어두고 나간 건지 모를 아침 상이 차려져있었다.

- 깊이 자는것 같아 간단하게 만들고 가......ㄹ게요..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아직 말을 편하게 두는것이 서툰건가. 유리우스는 일을 가기 전 간단하게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식탁보를 들췄다.

"...아침부터 파스타는 과하잖아."

유리우스는 피식웃었다. 사실은 파스타는 맛은 있지 않았다. 단지 7살밖에 안된 작은 남동생이 나를 위해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고마움에 한 일종의 호의였다.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서로의 벽이 조금씩 허물기 시작하고 루드거도. 나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파스타를 먹고 비서가 전송한 분사세계 좌표를 확인했다.

- 심도 220, 편차 0.05....또인가..... 쓰리쿼터 해각을 사용할수있게됨과 동시에 깊은 심도와 크게 틀어지지 않은 분사세계의 의뢰가 잦게 들어왔다.

최근 더 피곤한것 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처리하고 와야지...오늘은 루드거가 일찍 올테니까."

유리우스는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안경을 집어들고 외투를 걸친 후, 좌표를 입력해 분사세계에 진입했다.
진입한 분사세계는 조금 색다른 곳이었다. 분명 식문화는 에렌피오스의 문화임에 틀림없지만 삭막한 현재 에렌피오스와 달리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있고 하늘이 맑았다. 어릴적 소문으로만 듣던 갇힌 세계 -리제맥시아- 인것일까? 하지만 사람들의 옷매무새는 에렌피오스도 섞여있었다.
가끔씩 분사세계를 진입하다보면 시공또한 틀어져서 과거 또는 근미래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세계중의 하나인것같다. 사실 살면서 이렇게 하늘이 푸른 모습을 트리그라프에서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리우스는 잠시간 멈춰서서 자연경관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이 있지"

타임펙터..곧 부서질 세계를 만들어낸 근원을 찾아내야한다. 장소는 이곳 어딘가....?
유리우스는 머리를 싸매며 우선 돌아다니기로 하자 다짐하고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툭–

등뒤로 누군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시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아래?
라고 생각을 하고 밑을 쳐다봤더니 여자아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금색의 긴 머리카락에 양쪽으로 머리를 묶고 청록색에 초록빛이 더 밝게나는 녹안에 얼핏보면 금색의 색이 보이는 눈...
자신의 어린 남동생의 눈의 색과 똑같은 여자아이를 보고 유라우스는 조금 신기해했다.

그렇게 잠시간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여자아이는 입을 열었다.

"..빠..."

응?

"..아빠가 없어-! 아빠,미아가 되어버렸어!"

보통 이 경우엔 미아가 되는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겠지...귀찮게 되어버렸군. 주변근처에 미아를 보호하는 곳이있을듯 싶어 소녀에게 눈을 맞추고 말했다.

"꼬마야. 지금 내가 바빠 그런데 일단은 안전한 장소에서 아빠를 찾는게 좋지 않을까?"
"안돼, 찾아야해! 빨리찾지않으면 싫어!!"

유리우스는 머리가 아파왔다. 높은 분사세계에 진입하면 능력자에게 오는 반동도 크기 때문에 되도록 빠르게 찾아 처리하고 돌아가야한다.
그런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 미아까지 만났다. 첩첩산중이다.

"일단 안전한곳에 가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일단 이일부터 처리해야지 싶어 다짜고짜 여자아이를 붙잡고 보호소로 데려가려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으아아앙-"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시작하고 그 큰 소리에 나는 시내에서 주목을 하나둘 받기 시작했다. 아차...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수근대는 여럿사람도 있었다. 이런식으로 주목을 받는건 어떻게보면 이계의 사람인 나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아닐 수없다. 일단은 이 아이부터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한 유리우스는 아이의 손목을 붙잡은 채 사람무리로부터 빠져나왔다.
정신없이 이름모를 소녀의 손을 붙잡고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울음을 그친 소녀는 말없이 유리우스의 손에 붙잡혀 따라왔다. 정신없이 빠져나오느라 잡은 손에는 힘이 실려있었고 작은 손이 여리게 빨갛게 되는것을 알아챈 유리우스는 황급히 손을 놓고 뒤를 돌아 말을 걸었다.

"대체 울은 이유가 뭐야?"
"...."

말을 하기 싫은걸까...유리우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루드거와 비슷한 연령대를 한 이름모를 소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바닥만 보고있었다. 이럴시간이 없다. 유리우스는 조금씩 힘이 부추기는것을 느꼈다.

"아빠...라고했던가."

또 반응이 없다.

"조금바쁘지만...함께 찾아줄께"

...여전히 무반응.
이것도 아닌가... 이 이상의 답이 더 있을까 싶은 무렵. 그렇게 떨어지기를 바랬던 소녀의 입에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빠가...돌아오질 않아..."
"아빠가 집에 조심히 있으랬어. 있었어. 근데...돌아오지않아. 옛날엔 보로도 있었지만 혼자라서 걱정됐어. 에르, 너무 걱정되서 아빠랑 한 약속 어기고 찾았어. 근데...."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지만 자신의 서투른 감정을 꾹꾹 눌러내듯 말을 이었다. 유리우스는 가슴깊이에서부터 무언가가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루드거를 처음만난 날도 이랬다. 어색한 기운이 돌고, 무언가를 감추는듯한 말과 행동. 그래서일까, 그냥은 내버려 둘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많이 걱정이 되는구나. 에르라고 했던가?"
"으...으응..."
"그래도 이제 곧 해가 질 시간이야. 더이상 밖에있으면 위험하니까, 집에 데려다줄께. 꼬마아가씨."

그리고 이번에는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울지도 않고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작은 손이, 내손을 조심스레 감싸지는게 느껴졌다.
도착한 곳은 딜의 역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큰 호숫가였다. 이런 장소도 있었던가? 수많은 분사세계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은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푸르른풀과, 깨끗한 하늘, 잔잔한 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굉장히 조용한 곳이었으며 그곳애는 지면과 호수를 경계로 큰 집 한채가 있었다.


"저기가 우리집이야!"


에르는 밝은 얼굴로 자신의 집을 가리켰다. 그리고 유리우스가 반응하기도 전에 손을 놓은 채 자신의 집으로 뛰어가버렸다. 유리우스는 살짝당황하다 조용히 웃으며 주변 경치를 둘러보았다. 크란스 사에서 지급한 위치 정보에 의하면 에렌피오스...웁사라 호수라는 곳이었다. 몇번 가봤을때는 분명 메마른 절벽이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갖고있음에 감탄했다. 이곳은 대체 몇년후의 세계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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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Moments가 아니라 Heavens일때 작성한 초안입니다. 아마 원고 10P 빅토르를 만나기 전 초안인데
저대로 갔다면 마감을 제대로 못지켰을꺼야.....